하이~ 몸마음건강, 산력 10개월
아장아장 산길 걷기 시작한 초보 등산러 퀸와이제이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산행길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서울의 명산 수락산을 타고 왔다.
암릉인 줄 모르고 덤볐다가 .. 죽다 살아난 이야기..
산행일 : 2022. 9. 14. 수요일
날씨 : 흐렸다 맑음, 오후에 햇볕쨍쨍
산행유형 : 혼산
교통수단 : 대중교통
샘터: 없음 (물수급 안됨)
화장실: 1곳 (날머리 석림사 일주문 앞)
초보 등산러라 얕은 산부터 도전~
해발 600m대여서 만만하게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30년 전부터 애용해 온 4호선 파랑이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쭈욱 올라가서 이수역 도착.
7호선으로 환승하여 수락산역으로 씌잉=333
서울은 대중교통 체계가 잘 되어있어서
어지간한 곳은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기 수월하다. I ♥ SEOUL
7호선 수락산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역사 안에 여러 갈래의 수락산 등산코스가
안내되어 있어 코스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런, 수락산 정상에서 블야 인증을 해야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60% 밖에 안남았다.
다행히 수락산역 1번 출구 앞의 편의점에서 일회용 배터리를 판매해서 신기방기 ^^
지하철 역에서 직진으로 쭈욱 걷다가
코너끼고 우회전.
공복에 미슥거리는 위장을 달래주기 위한 구운 달걀.
계란으로 바위치기 !
계란이~~ 달아요 ㅎㅎㅎㅎㅎ
오른쪽 아파트 단지를 끼고 이 지점까지 가면 오른쪽에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 길은 가파른 깔딱고개가 있다고 하여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더 좋은 등산로가 있는지 여쭸다. 아주머니께서는 왼쪽 길이 무난하다고 그 길로 가라셨다.
그것이 망조였다...
아주머니가 안내해 준 왼쪽 길에는
<금자식당> 간판도 보이고, 금자식당을 끼고 샛길로 빠지니..
이상하다.. 폐가가 보인다..
눈가에 아른대는 성가신 날벌레도 엉기고..
행인 없는 적막한 산길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다지 어려운 경사 길이 아닌데
적막한 야산(?) 길을 걷다보니 ..
수락산 정상이 1.0km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의심되었다.
뭘했다고 벌써 정상이래???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는데
생각보다 힘은 별로 들지 않고..
그 흔한 새 한마리 울지 않고..
걷다보면.. 뜬금없이 초가삼간 지붕 아래 하얀 소복 입은 여인 하나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
눈물이 찔끔찔끔 나려는 순간 발견한,
자연방식의 나무벤치.
자연에 자연을 더한 웰빙체어~
멋졌다. 이런 갬성.. 뉘의 것인지
훌륭하시다 !!
걷다보니 또 왠 에펠탑일까..
고압전류에 감전될 거 같은 이 😱
아 무서워... 증말.. 수락산 미워 ㅠ
새 한마리 울어주지 않는 적막한 산길을 헤매다가 두 눈을 환하게 밝혀주는
넓다란 마당바위를 만났다.
숨이 탁 트였다..
정확히는 '아, 이제 살았다..'
우리집 앞마당보다 넓은 바위에서
500ml 생수 한병 비우며 앉아서 한참을 쉬었다. 서울 도봉구의 시내가 훤히 보이는 탁트인 전망.
슬로우 모션으로 풍광을 즐겼다.
왼쪽에는 북한산 정상이,
오른쪽에는 도봉산 정상이 보였다.
오늘도 보는구나~
반갑다, 북한아 ! 도봉아 !
Are you Spider-Man?
어느 산객이 커다란 바위 위를 보더니
제 집 사다리 오르듯 성큼성큼 올라섰다.
거미처럼 잘 오른다.
좀 더 걸으면 매월정이 나온다.
쉬어가는 정자.
매월정 아래의 넓은 마당바위, 바로 이 포인트.
실제로는 엄청 넓고 편평한 바위며,
바위 아래로 깊고 청정한 숲 전망이 끝내줬다.
도시생활의 상념에 지쳐있을 때,
이 바위 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으로 샤워를 하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기분.
매월정을 지나서 정상으로 가는 깔딱구간.
이제부터본격적인 암릉 구간이 나온다.
스틱은 접어넣고 두 손과 팔과 어깨, 상체를 쓰는 구간으로.
암릉산은 흙산과 달리 통행로를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길을 몰라서 헤매고 있을 때 지나던 산악동호회 일행분들이 끼어주셔서
졸졸 뒤따라 갔다.
지자요수 인자요산 知者樂水 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산 길에서 헤매일 때, 산력 좋으신 등산객을 만나면 스스럼 없이 안전한 산 길을 알려준다. 그래서 혼산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게 되는 초보등산 라이프~
계단을 올라서니 눈에 띄는 외계인 머리통.
로즈웰의 외계인이 떠올랐다.
맨들맨들 비비고 싶을만큼 어찌나 곱고 둥글던지 ㅎㅎ
독수리 바위.
도봉산 방향에서 보면 독수리 형상이고, 뒤에서 보면 엄지척 ! 하고 있는 엄지바위 또는 의자바위.
형상이 묘하다. 신묘한 자연의 창조물.
배낭바위.
2박3일 백패킹용 배낭인가? 하핫
수락산에는 거대하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많다. 어려운 등산 길에 바위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한 산.
집체만한 거대한 바위를 위아래 바위 사이에 작은 하나가 균형을 잡고 있었다.
태풍이라도 불어서 저 작은 돌이 빠지면
거대한 윗바위가 도봉구를 쓸어버리지나 않을까 보기만 해도 조마조마한 ..
프로메테우스가 떠올랐다.
(.. 상략)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멧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 윤동주 <간> 중 일부
매월당을 지나 자리잡은 너른 터에서
자리를 잡고 2번째 500ml 물마시기.
정상이 220m 가량 남았다는 표시판.
다시 힘이 불쑥 쏫는 거 같았다.
근데.. 믿어도 될까..
산길에서 만나는 산객들이 "거의 다왔어요. 조금만 힘내세요.".. 하는거 .. 나는 안 믿는니다. 너무 자주 속았다 👀
드디어 주봉이닷 ~!!!
수락산 정상인 주봉 !!!!
사회에 불만있는 미상의 청년이 홧김에 내다버렸다는 구버전 표지석과
스페어로 제작된 신버전 표지석ㅎㅎ
이 감격에.. 정상을 오른다~~~
정사의 바람은... 아랫동네 바람과 사뭇 달라. 바람에서 사이다 맛이 나는구나 !!!
블야 인증샷을 찍고 도시락을 먹기위해 돌틈으로 기어 들어갔다.
수락산 정상인 주봉은 터가 좁아서 많은 사람들이 쉴만한 공간은 부족하다.
호젓한 바위 뒤에 자리를 잡기로.
어머나.. 세상에 ㅠ
고되었던만큼 눈물나게 마시쪙 ㅠ
오렌지를 오픈하니 금새 커다란 말벌이 달려 들었다. 징그럽고 미운 말벌.
저리갓 !
누나는... 너랑 나눠먹을 생각이 없당..
매몰차게 오렌지 뚜껑을 닫았다.
하산을 위해서는 도시락을 가볍게 먹기 ^^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꿀맛이다.
생수 500ml도 콸콸콸 ~~
여유있게 도시락을 먹고 주봉을 내려가기 전에 아쉬움이 남아서 다시한번 주봉을 둘러보았다.
100대 명산을 다 돌기 전에 내가 이 곳을 다시 올 수 있을까. 없을 것같아 눈에 꼭꼭 담아두기.
수락산 주봉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던데 이 날은 평일이어서인지 매장을 꽁꽁 묶어 놓으셨다.
아이스크림.. CLOSE ....
이 험한 정상까지 어찌 이고지고 올라 오셨을까..
아이스크림 사장님의 고단한 삶의 노고가 다분히 느껴지는 찡한 장면이었다.
등산 길을 수락산역으로 올라왔으니 하산 길은 장암역으로 잡아보았다.
주봉 표지석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장암역 길. 주봉 표지석을 등지고 왼쪽은 수락산역 길.
주봉에서 장암역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애매한 갈림길 하나가 나온다. 자칫 낭떨어지.
이 지점에서 2시 방향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조금 더 가면 이 표지판이 나오죠.
길을 몰라 첫 번째 애매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었다가 벼랑인지.. 길인지 모를
암담한 지점에서 잠시 헤맸다 ;;;
애매한 길로 어렵사리 올라오신 산객이 이 길로 가지 말라고 알려주셔서 천만다행.
허나 그 분도 길을 잘 몰라서 다른 산객을 기다렸고, 뒤이어 오시던 분이 장암역 방향을 알려주었다.
장암역 방면은 긴 고무 계단길이 나온다.
예전엔 무릎이 시원찮아서 하산할 때 계단 길이 두려웠는데 백대명산 6번 만에 나의 페이스를 찾았다. 스틱을 짚고 천천히 나의 컨디션을 살펴 가면서 내려가니
이 정도 긴 계단도 무리없다^^
평일이어서인지.. 하산 길에도 등산객들이 거의 안보였다..
까마귀 한 마리만 크게 울던데.. 왜 하필 까마귀야.. 무섭게.
하산 길은 돌과 자갈 길.
산세가 험하니 뾰족뾰족한 돌이 많아서 발바닥을 불로 지지는거 같았다.
그래도 천천히 .. 내려오면 괜찮다.
가끔.. 이런 길... 괜찮다.. 할 수 있다..
난간 잡고 바위 틈의 홈 잡고 내려오면
누구든 충분히 내려올 수 있을 거다.
화이팅 !
석림사 방향으로 직진~~~~
석림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왼쪽에 넓은 계곡물이 흐른다.
넓고 거대한 바위도 아름답고, 콸콸 흐르는 계곡 물소리도 시원하고.
돌계단으로 내려오느라 발의 피로도는 만랩.
발바닥이 불타는 것 같아서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궈봤다.
산행으로 물컹해진 연골을 바짝 텐션업~ 건강하게 냉각시키는 브레이크타임.
마침 고즈넉한 계곡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화가분이 계셔서 연골 굳히면서 찬찬히 감상.
큰 산과
맑은 물소리와
그리는 이,
바라보는 이.
가지 위에서 쉬고 있는 새들이
우리를 보았다면
우리 또한 자연에 녹아나는 아름다운 소재였지 않을까?
어느새.. 서울에서 의정부로 넘어왔구나..
'퀸와이제이,
너 오늘내로 집에 들어갈 수 있는거지?'
석림사 일주문 바로 앞에 있는 공중화장실. 깨끗하다. 강추~
석림사 입구에서 쭉 직진하면 장암역이 나온다.
장암역 바로 앞의 식당 이름은 "진짜무릎도니탕".
세상엔 가짜 탕도 많나보다.
호젓한 장암역.
시골 정취가 물씬~
장암역에서 바라본 수락산 주봉.
흐흑... 내가.. 내가 .. 저 높이를 찍고 왔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코스: 7호선 수락산역 1번출구 → 수락산입구교차로 → 벽운마을 → 금자식당 → 앞개울골 → 고압철탑 → 조망점→매월정 → 깔딱고개 → 독수리바위(엄지바위,의자바위) → 배낭바위 → 철모바위→ 수락산 주봉(637.7m)→ 의정부 장암역 방향→ 석림사→ 7호선 장암역(산행시간:휴식포함9시간)
난생처음 암릉산을 제대로 맛본 산행이었다.
부디~ 오늘의 고생이
다음 산행에 자양분이 되길 바라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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