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년 전까지만해도 나는 '혼자서 산을 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혼자 쇼핑을 하고, 혼자 당일여행까지도 잘하는 내가 '혼자 산을 탄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 희한한 일이었다. 곰곰히 내 속을 관찰해보니 '혼산'이 두렵다는 것은 우연히 마주친 산객도 아니오, 들짐승도 아니었다. 인간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초자연적인 현상, 이를테면 적막한 공간에서 마주칠지도 모를 존재를 알 수 없는 귀신, 도깨비 때문이다. 내가 청년시절에는 등산을 즐기는 인구가 대부분은 5~60대의 중년남성들이었다. 세파에 찌든 거무튀튀한 피부색에 굵게 패인 얼굴의 주름. 삶의 무료가 다분히 느껴지는 초점 없는 눈동자. 그래서 나는 등산이 별로였다. 등산을 즐기는..